"노인(老人) 대신 '젊은이의 길이 된 사람'…노인(路人) 어때요"
작성일 2023-10-29 08:31:41 | 조회 33
"노인(老人) 대신 '젊은이의 길이 된 사람'…노인(路人) 어때요"
'65세 이상 1천만명 시대' 임박…'시니어 파트너스' 추진하는 송길원 목사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1천만 실버 시대'가 열립니다. 이들은 대한민국 경제 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가정의 행복 실현을 목표로 하는 NGO ㈔하이패밀리 대표를 맡고 있는 송길원 목사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1천만명 시대에 대비해 시니어의 사회 활동을 촉진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29일 연합뉴스에 밝혔다.
송 목사는 '시니어 파트너스'라는 단체를 출범해 고령자의 교육, 재취업, 사회 공헌 활동 등을 촉진해 이들이 사회의 '짐'이 아닌 사회의 '힘'이 되도록 지원해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의료, 금융, 죽음(장례) 등과 관련해 노년 세대의 삶의 질을 향상하자는 취지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모델을 참고해 추진한다.
출범 시기는 내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박상은 안양샘병원 선교원장 등이 협력할 계획이라고 송 목사는 전했다.
통계청이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 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주민등록인구는 65세 이상이 961만여명을 기록해 전체 인구의 약 18.7%에 달했다.
64세가 약 80만명, 63세가 약 89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65세 이상 인구 1천만명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1957년생인 송 목사가 만 65세가 돼 이른바 '고령자'로 분류된 것이 시니어 파트너스를 추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송 목사는 65세라는 기준이 합당한지 강한 의문을 느끼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르신'으로 불리고 있었어요. 아직도 팔팔한데 갑자기 늙었다는 자괴감이 너무 컸습니다."
현대인의 수명, 건강 상태, 활동 능력 등을 고려할 때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며, 이런 구분이 이들의 사회 활동을 저해하고 편견도 조장한다는 것이 송 목사의 생각이다.
그는 우선 '노인'이라는 용어를 다른 말로 바꾸는 것부터 시도하자고 했다.
노망(老妄), 노욕(老慾)처럼 늙을 '노(老)' 자가 들어간 표현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용례가 꽤 있는데 '노인'이라는 용어가 시니어 세대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55∼1974년생 1천720명을 상대로 최근 시험 삼아 인식 조사를 해봤더니 '노년' 및 '노인'이라는 용어에 대해 응답자의 79%가 '싫다' 혹은 '매우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송 목사는 전했다.
송 목사는 '노인'(老人)과 '노년'(老年)을 각각 '노인'(路人)과 '노년'(路年)으로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앞서 경험하면서 '젊은이들의 길이 된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늙을 로(老) 대신 길 로(路)를 넣어 봤습니다."
송 목사는 시니어의 경험과 지혜를 청년 사업가·상공인에게 전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도록 가르치는 금융·경제학교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은퇴자의 창업 등 노후 준비에 관해서도 조언할 계획이다. 존 리 전 대표의 지식과 경험을 빌린다.
지나친 장례 의식을 지양하는 등 장례·장묘와 관련한 문화를 개선하는 운동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시니어 세대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 당사자의 의식을 바꿔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도록 하는 것이 송 목사의 목표다.
"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시니어 세대는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돼 있습니다. 우리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찾고 스스로 활동하면 좋겠습니다. 참가자들이 돈을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회비도 내면서 활동하는 단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송 목사는 고신대 신학과와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86년 4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
고신대 의과대학에서 교목으로 일하는 등 목회 활동을 하다 1992년 하이패밀리의 전신인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를 설립해 가족 생태계를 바꾸는 것과 관련된 사회 활동을 벌였다.
2003년에는 '혼혈아'(混血兒)를 제2국민역으로 편입하도록 한 병역법 시행령에 대해 혼혈아라는 표현이 차별적이고 인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다문화가족 2세'로 변경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단체인 '저출산고령화대책시민연대' 출범에 힘을 보탰고, 2015년에는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일제 장례 문화 청산 운동'을 벌였다.

송 대표는 또한 최근 하이패밀리가 경기 양평군에 운영하는 안데르센공원묘원에 길이 83m, 최고 높이 7.7m 규모의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된 '한 페이지 성경의 벽'을 설치해 주목받았다.
sewonlee@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