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년 만에 건넌 '평화의 뱃길'…日 축제 참여하는 조선통신사선
작성일 2023-08-05 11:06:03 | 조회 29
212년 만에 건넌 '평화의 뱃길'…日 축제 참여하는 조선통신사선
내일까지 이즈하라항서 선상 박물관·전통 공연 체험 행사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약 212년 만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통신사선이 현지 주민들과 만나 한일 문화교류 활동에 나선다.
5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조선통신사선을 재현해 만든 재현선은 6일까지 이틀간 일본 쓰시마(對馬·대마도) 이즈하라(嚴原)항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여한다.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이 바다 건너 일본 축제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년 8월 첫째 주말에 열리는 이즈하라항 축제는 1964년에 시작해 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지역 대표 행사로, 1980년부터는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해오고 있다.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은 축제가 열리는 동안 '선상 박물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조선통신사의 역사와 통신사선을 소개할 예정이다.

3차례 열리는 행사에는 회당 70명씩 총 21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조선통신사선이 만들어진 배경, 역사, 의미 등을 설명할 계획"이라며 "관람객들이 판소리 등 우리 전통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고 말했다.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항해와 축제 참가는 1811년에 이뤄진 사행(使行·사신 행차) 이후 다시 '평화의 뱃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화재청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부산문화재단 관계자 9명을 태운 배는 지난 1일 부산항을 출발해 히타카쓰(比田勝)항을 거쳐 이즈하라항에 도착했다.
오랜 기간 준비한 항해였으나, 실제 뱃길을 뚫고 가는 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순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풍향과 너울이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라 대한해협을 건너 히타카쓰항으로 들어가는 데 2시간이나 더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의 방향이 4번이나 바뀌고, 조류 흐름도 만만치 않았다"며 "과거 조선통신사선과 사절단이 어떻게 항해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홍 연구사를 포함한 일행은 일정을 마친 뒤 8일쯤 부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연구소는 "이번 항해를 통해 성실과 믿음으로 서로 교류한다는 뜻의 성신교린(誠信交隣)의 정신을 계승하고 한일 문화교류를 통한 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들어선 일본 에도(江戶) 막부 때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년간 조선에서 일본으로 12차례 파견된 외교사절단을 뜻한다.

이들은 당시 한양에서 출발해 부산에서 배를 타고 대한해협을 건넌 뒤 대마도, 시모노세키를 거쳐 오사카부터 육로로 교토 또는 도쿄까지 갔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조선 시대 선박 제작에서 쓰인 건조 방법과 옛 문헌 자료 등을 분석하고 전문가 고증을 거쳐 지난 2018년 실물 크기로 조선통신사선을 재현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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