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이 뛴 빛과 소리의 '트리플 악셀'…"사소한 모든 것 감사"
4년만의 단독 콘서트…루미나리에 방불케 하는 찬란한 조명 '압도'
30년간 낸 히트곡 망라…"내달 신곡 발표, 가장 큰 라이벌은 옛날의 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사람들과 밥을 먹으러 가는 것, 마음껏 함성을 지르는 것, 그리고 이렇게 지금 공연하는 것…. 요즘 이 모든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은 지난 7일 서울 올림픽공원 KPS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4년 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에서 "당연하게 지금 누리는 것들을 조금씩 더 연장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온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김동률은 지난 1993년 서동욱과 결성한 전람회로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 전람회 1집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래 매력적인 중저음, 섬세한 가사, 깔끔한 라이브, 세련된 멜로디 등으로 30년간 국내 대표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해왔다. 올해는 대학가요제 이후 활동 3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한 셈이다.
그는 "제가 그간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내가 너무 잘나서라기보다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운도 좋았기 때문"이라면서도 "내 노력에 대한 칭찬은 받겠다"고 장난스레 겸손한 소회도 전했다.
김동률은 웅장한 현악 오케스트라와 라이브 밴드의 연주에 맞춰 히트곡 '사랑한다는 말'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로 공연의 막을 열었다. 사운드에 깐깐하기로 정평이 난 그답게 오케스트라와 밴드의 하모니는 깔끔했고, 이에 얹어낸 목소리는 더욱 정갈했다. 김동률은 꾹꾹 정성스레 손 편지를 눌러 쓰듯, 마이크 앞에서 한음 한음을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이날 무엇보다 좌중을 압도한 것은 각양각색의 조명이었다. 김동률은 "조명이 중요하기에 암전이 필수다. 휴대전화는 꼭 꺼달라"고 직접 관객에게 당부까지 했을 정도로 빛에 신경을 썼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번개 같은 눈 부신 빛이 '번쩍' 비췄다. 탱고 풍으로 편곡된 '망각' 무대에서의 새빨간 조명에서는 묘한 선정성과 관능미가 느껴졌다.
때로는 김동률의 머리 위로 '빛의 아치'가 그려지는가 하면, 천장에서 내려온 미러볼에서는 사방으로 빛이 뿜어져 나오기도 했다. 공연장은 이에 음과 박자가 춤을 추는 '루미나리에'(인공 조명 축제)로 변모했다.
김동률은 이번 공연에서 지난 5월 발표한 4년 만의 신곡 '황금가면'도 라이브로 처음 들려줬다. '황금가면'은 디스코, 레트로 팝, 클래식, 록을 접목한 노래로 우리가 꿈꾸는 영웅을 노래한 곡이다. 김동률이 데뷔 이래 발표한 가장 빠른 곡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라이브 밴드와 코러스는 이 노래를 한층 더 생생하고 웅장하게 꾸며줬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그땐 그랬지', '취중진담', '기억의 습작', '내 마음은'을 포함해 전 국민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은 히트곡 위주의 공연 목록을 꾸몄다. 명반 타이틀곡이 줄줄이 나오는 터에 그의 목에도 핏대가 섰다. 이에 김동률은 "무리해서 '트리플 악셀'을 뛰어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동률이 풍기는 댄디하고 지적인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취중진담', '기억의 습작' 같은 명곡이 머금은 정서는 (사랑 앞의) '어리석음'이다. 그가 그려낸 이런 미묘한 간극은 여전히 재미있게 다가왔다. 혈기 왕성한 20대 때 느꼈을 이들 노래의 감정을 활동 30년 차에도 녹슬지 않게 재현했다는 점도 '역시 김동률'이라는 명성에 힘을 보탰다.
김동률의 이번 콘서트는 관객 1만명 규모의 대형 공연장인 KPSO돔에서 6일간 열렸지만, 그를 기다린 팬들의 성원에 일찌감치 6만석 전석 매진됐다.
첫날 공연에서도 앙코르곡이 끝나자 무대 위 막도 내려왔지만, 한동안 박수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김동률이 전한 여운이 컸던 탓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공연장을 찾은 오랜 팬 설모(38)씨는 "김동률은 원래도 완벽함을 도모하는 편이지만, 4년 만의 공연이라 그런지 더욱더 열정을 쏟아붓는 게 눈에 보였다"며 "공연 내내 '트리플 악셀'을 뛰다 (앙코르를 제외한) 엔딩곡 '기억의 습작'으로 금메달에 쐐기를 박은 느낌이었다"고 호평했다.
김동률은 공연을 통해 다음 달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깜짝 발표'도 했다.
"이 나이에 히트곡을 기대하거나 방탄소년단(BTS) 같은 반응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응을 남겨 주면 큰 힘이 된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오래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끔 '옛날의 나'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역시 가장 큰 라이벌은 과거의 저인가 봐요. 하하."
tsl@yna.co.kr
(끝)
4년만의 단독 콘서트…루미나리에 방불케 하는 찬란한 조명 '압도'
30년간 낸 히트곡 망라…"내달 신곡 발표, 가장 큰 라이벌은 옛날의 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사람들과 밥을 먹으러 가는 것, 마음껏 함성을 지르는 것, 그리고 이렇게 지금 공연하는 것…. 요즘 이 모든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은 지난 7일 서울 올림픽공원 KPS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4년 만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에서 "당연하게 지금 누리는 것들을 조금씩 더 연장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온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김동률은 지난 1993년 서동욱과 결성한 전람회로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 전람회 1집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래 매력적인 중저음, 섬세한 가사, 깔끔한 라이브, 세련된 멜로디 등으로 30년간 국내 대표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해왔다. 올해는 대학가요제 이후 활동 3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한 셈이다.
그는 "제가 그간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내가 너무 잘나서라기보다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운도 좋았기 때문"이라면서도 "내 노력에 대한 칭찬은 받겠다"고 장난스레 겸손한 소회도 전했다.
이날 무엇보다 좌중을 압도한 것은 각양각색의 조명이었다. 김동률은 "조명이 중요하기에 암전이 필수다. 휴대전화는 꼭 꺼달라"고 직접 관객에게 당부까지 했을 정도로 빛에 신경을 썼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번개 같은 눈 부신 빛이 '번쩍' 비췄다. 탱고 풍으로 편곡된 '망각' 무대에서의 새빨간 조명에서는 묘한 선정성과 관능미가 느껴졌다.
때로는 김동률의 머리 위로 '빛의 아치'가 그려지는가 하면, 천장에서 내려온 미러볼에서는 사방으로 빛이 뿜어져 나오기도 했다. 공연장은 이에 음과 박자가 춤을 추는 '루미나리에'(인공 조명 축제)로 변모했다.
김동률은 이번 공연에서 지난 5월 발표한 4년 만의 신곡 '황금가면'도 라이브로 처음 들려줬다. '황금가면'은 디스코, 레트로 팝, 클래식, 록을 접목한 노래로 우리가 꿈꾸는 영웅을 노래한 곡이다. 김동률이 데뷔 이래 발표한 가장 빠른 곡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라이브 밴드와 코러스는 이 노래를 한층 더 생생하고 웅장하게 꾸며줬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그땐 그랬지', '취중진담', '기억의 습작', '내 마음은'을 포함해 전 국민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은 히트곡 위주의 공연 목록을 꾸몄다. 명반 타이틀곡이 줄줄이 나오는 터에 그의 목에도 핏대가 섰다. 이에 김동률은 "무리해서 '트리플 악셀'을 뛰어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동률의 이번 콘서트는 관객 1만명 규모의 대형 공연장인 KPSO돔에서 6일간 열렸지만, 그를 기다린 팬들의 성원에 일찌감치 6만석 전석 매진됐다.
첫날 공연에서도 앙코르곡이 끝나자 무대 위 막도 내려왔지만, 한동안 박수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김동률이 전한 여운이 컸던 탓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공연장을 찾은 오랜 팬 설모(38)씨는 "김동률은 원래도 완벽함을 도모하는 편이지만, 4년 만의 공연이라 그런지 더욱더 열정을 쏟아붓는 게 눈에 보였다"며 "공연 내내 '트리플 악셀'을 뛰다 (앙코르를 제외한) 엔딩곡 '기억의 습작'으로 금메달에 쐐기를 박은 느낌이었다"고 호평했다.
김동률은 공연을 통해 다음 달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깜짝 발표'도 했다.
"이 나이에 히트곡을 기대하거나 방탄소년단(BTS) 같은 반응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응을 남겨 주면 큰 힘이 된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오래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끔 '옛날의 나'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역시 가장 큰 라이벌은 과거의 저인가 봐요. 하하."
tsl@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