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게' 의문의 알바생 수호 "끝까지 의심받아 뿌듯해"
작성일 2023-10-05 09:30:28 | 조회 21
'힙하게' 의문의 알바생 수호 "끝까지 의심받아 뿌듯해"
종반부까지 '연쇄살인범' 의혹…"눈빛만 나오는 장면도 대본 분석"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이승미 인턴기자 = "드라마에서 죽기 직전까지도 범인으로 의심했다는 댓글을 봤어요. 마지막까지 혼란스럽게 했다는 데 스스로 뿌듯했죠."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힙하게'에서 그룹 엑소의 리더이자 배우 수호(본명 김준면)는 모든 면이 의문스러운 남자 김선우 역할을 맡았다.
김선우는 드라마의 배경인 가상의 어촌 마을 무진에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피부에 명문대 영문과 출신이면서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이다.
연쇄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힙하게'에서 여러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지만, 이 가운데서도 김선우는 드라마 종반부까지 시청자로부터 가장 많은 의심을 받는다.
김선우는 총 16부작인 드라마의 14부에 이르러서야 진범에게 살해당하며 혐의에서 벗어나고, 이후 그가 생전에 진범이 누군지 눈치채고 남몰래 추적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수호는 "김선우가 범인이라고 확신했다는 댓글도 봤다"며 미소를 지었다.
수호는 "죽는 장면 직전에 김선우가 식칼로 과일을 깎는데, 그 장면이 너무 무서워 채널을 돌렸다는 댓글도 있었다"며 "마지막까지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데 스스로 뿌듯했다"고 말했다.

'힙하게'는 사람이나 동물의 엉덩이를 만지기만 하면 그가 본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된 수의사 봉예분(한지민 분)이 무진의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쫓는 과정을 다룬 코미디 드라마다.
드라마에서 김선우는 '의문의 인물' 그 자체다. 제작진이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한 인물 설명에조차 '의문의 남자'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김선우는 늘 상냥한 말투에 유기된 동물들에 관심을 갖고 봉예분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에 데려오면서도 때때로 냉랭한 표정을 지어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한다.
게다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에서 연달아 김선우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가 나오면서 그는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조사를 받게 된다.
수호는 "사실 의문스럽다는 표현이 굉장히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때는 범인처럼 보여야 하고 어떤 때는 선량한 시민으로 보여야 한다는 게 감독님의 설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역할을 연기하려고 보니 사실 걱정도 되고 배우로서 두려움도 있었다"며 "자칫하면 의문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그냥 '이상한 놈'이 될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수호는 또 "장면마다 범인처럼 보여야 하는 데선 '범인', 아닌 부분은 '시민'으로 구분해서 (인물을) 분석했다"며 "선우의 눈빛만 따는 장면에서도 이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할지 고민해보고 대본에 글로 적어놓기도 했다"고 연기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힙하게'는 종반부까지도 범인의 존재를 감추는 데 성공했고,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 덕에 높은 시청률을 남겼다.
'힙하게'는 지난 1일 9.3%의 시청률로 종영했고, 특히 지난달 24일 김선우가 사망한 14회는 9.6%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개막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돋보이는 성적이다.
수호에게 '힙하게' 종영 소감을 묻자 "3년 반 만에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 작품이었다"며 "오랜만의 작품이라 부담도 되고 걱정도 설렘도 있었던 뜻깊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속 씨앗을 뿌리고 채찍질을 계속하다가 잠깐 당근을 먹은 것 같다"며 "이번 작품의 연기에 받은 호평이 내게 힘을 주는 당근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엑소 활동에 비해 많이 주목받진 않았지만, 수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기과에서 공부했고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연기를 해왔다.
수호는 2016년 독립영화 '글로리데이'에서 입대를 앞두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청년 상우를 연기해 호평받았다. 2018년에는 MBN 드라마 '리치맨'에서 첫 장편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더 라스트 키스' '웃는 남자' 등 뮤지컬 무대에도 올랐다.
그에게 앞으로의 연기 계획을 묻자 수호는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독립영화든 저예산영화든 OTT(동영상 스트리밍)든 드라마든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대본이 좋고 역할이 좋으면 하고 싶어요. 꾸준히 해 온 것처럼 기회가 오면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jaeh@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