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팅' 만큼 치열해진 공연장 잡기…콜드플레이도 못 온다
작성일 2023-09-29 08:36:26 | 조회 34
'피켓팅' 만큼 치열해진 공연장 잡기…콜드플레이도 못 온다
잠실벌, 리모델링으로 3년 휴식…'별 따기' 된 공연장 잡기
콜드플레이 등 투어 지역서 서울 빠져…포스트 말론은 경기도 行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임영웅, 주제 파악 좀 해라.'
최근 트로트 스타 임영웅의 전국 투어 콘서트 티켓 '예매 전쟁'이 시작되자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번에 임영웅이 서울 공연을 여는 장소인 올림픽공원 KSPO돔의 규모가 관람을 원하는 팬들을 전부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작다는 것이다.
KSPO돔은 1만∼1만5천명이 수용 가능한 중대형급 공연장으로, 임영웅은 이 곳에서 이례적으로 10월 27일부터 11월초까지 엿새나 공연을 하지만 '피켓팅'에 실패한 팬들 사이에서는 그마저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제는 임영웅이 '주제 파악'을 하더라도 현재 그가 서울에서 갈만한 공연장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최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 성지' 잠실주경기장이 최근 노후화로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며 서울의 공연 시설 인프라 부족 문제가 더욱 불거지고 있다.
해외 팝스타의 월드 투어 지역에서 한국이 빠지고, 몇몇 중대형 공연장에 대관 신청이 몰리는 등 '예매 전쟁'에 버금가는 공연장 '예약 전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공개된 밴드 콜드플레이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아시아 투어 일정에 따르면 두 가수 모두 이번 투어에서 한국을 들르지 않는다.
데뷔 이후 최대 규모의 월드 투어를 진행 중인 스위프트와 방탄소년단(BTS)과의 협업으로도 유명한 콜드플레이 모두 내한에 대한 기대를 모으던 가수였으나, 예상 밖으로 한국이 투어 지역에서 빠진 것이다.
두 팀 모두 옆 나라 일본에서는 공연을 여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5만여명 이상을 수용 가능한 잠실주경기장이 문을 닫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왔다.
얼마전 포스트 말론의 첫 내한 공연이 서울이 아닌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것도 서울에서 마땅한 공연장을 구하지 못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킨텍스가 공연용 시설이 아닌 만큼 시야 제한과 음향 문제가 불거지자 공연기획사 측은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KBO·K리그 경기 스케줄로 인해 대형 공연장 대관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계단식 기변 좌석으로 시야각을 확보하고 실내 음향 반사 제어, 잔향 제거를 위해 흡음재를 보강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울에 몇 개 되지 않는 중대형 공연 시설에는 대관 신청이 몰리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림픽공원 KSPO돔은 10월 7일부터 11월 5일까지 한 달간 매 주말 콘서트 일정이 꽉 차 있다.
2만~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돔은 야구 경기와 훈련 등으로 대관 일정 맞추기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공연 업계 관계자는 "규모를 떠나서 공연 장소를 구하는 게 '전쟁'인 것은 사실"이라며 "경쟁이 심해지자 일부 기획사에서는 먼저 1년 치 대관을 예약해두고 다른 기획사에 웃돈을 받고 넘기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계에서는 2025년 준공 예정인 창동 '서울아레나'와 일산의 'CJ라이브시티 아레나' 등이 완성되면 공연 수요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K팝 등 공연 산업이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여러 장르와 규모의 공연이 활발하게 열릴 수 있도록 다양한 규모의 공연 시설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등 해외에서 국내 가수 투어 공연을 기획해 온 한 관계자는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공연의 특성이나 규모에 맞는 다양한 공연장 선택지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규모 별로 한 두 가지의 선택지밖에 없어 경쟁이 치열하고 다양한 아티스트의 무대가 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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