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저는 큰 특징 없는 사람…배우로서는 오히려 장점이죠"
작성일 2023-09-26 18:34:07 | 조회 46
김남길 "저는 큰 특징 없는 사람…배우로서는 오히려 장점이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도적'에서 도적단 두목 이윤 역
"하루도 빼놓지 않고 소총 돌리기 연습"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벌써 시간이 다 됐다고요? 아직 53분이잖아요. 괜찮아요. 7분 남았으면 저는 앞으로 몇천마디는 더 떠들 수 있어요."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가 끝나가자 김남길은 시간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라더니 마무리 질문을 준비하는 기자들에게 "괜찮다"며 능청스럽게 답변을 마저 이어갔다.
친근한 태도와 장난기 섞인 대답으로 분위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도적'에서 연기한 이윤과는 영 딴판이다.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김남길은 "캐릭터와 성격이 완전히 정반대"라며 "연기하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윤은 노비 출신의 일본군이었다. 군대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인정받았지만, 남한 대토벌 작전에서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하는 데 일조한 뒤 죄책감에 시달린다.
모든 것을 버리고 간도로 떠난 이윤은 죽음으로 유족에게 용서를 구할 생각이었으나, 그곳에서 마적에게 약탈당하는 조선인 마을의 또 다른 비극을 목도한다. 더 이상 빼앗기고, 도망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윤은 도적단을 꾸리고, 두목으로서 간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조선인들을 지킨다.

김남길은 "액션에 감정을 싣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1화에서 혈혈단신으로 마적단을 찾아가 전멸시키는 장면을 언급하며, "이윤의 처절한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원테이크 기법(한 번의 컷으로 촬영)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컷을 나누는 게 촬영하기도, 편집하기도 수월해요. 하지만 이윤이 죽을 생각을 하고 홀로 마적단을 찾아간 그 심정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액션에 원망, 분노, 회의감 등을 복합적으로 담아냈죠."
뭐니 뭐니 해도 '도적'의 가장 큰 묘미는 화려한 액션이다. 주인공 김남길은 구식 리볼버 권총과 윈체스터 소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특히 소총을 한 바퀴 회전시켜 장전시키는 자연스러운 '스핀 코킹'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남길은 "윈체스터 소총의 무게가 거의 15kg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총을 내 몸같이 다루기 위해 눈 뜨면 총을 돌렸고, 눈 감기 전에 총을 돌렸다"며 "집에서 하도 소총을 돌려대니 어머니가 어지럽다고 핀잔주실 정도였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리볼버도 생각보다 무거워요. 한 손으로 들고 있다 보면 달달 떨릴 정도죠. 힘으로 막 돌리려다 보면 바로 손목 나가요. 몸에 익히기 위해 촬영하기 전 2∼3개월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총을 돌렸습니다. (웃음)"
사극을 찍다 말에서 떨어져서 다친 후로 말 근처에만 가도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심한 트라우마가 있었다는 김남길은 이번 작품을 위해 트라우마도 극복했다.
그는 "당근을 들고 말에게 다가가서 자주 인사했고, 대화도 나눴고, 나중에는 뽀뽀까지 했다"며 "서서히 교감을 쌓아갈수록 말들이 여리고 순한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극복 비법을 전했다.

1999년 KBS 2TV 드라마 '학교'로 데뷔한 김남길은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드라마 '나쁜남자', '상어', '열혈사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아일랜드',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무뢰한', '판도라', '살인자의 기억법' 등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여왔다.
김남길은 "배우로서 제 강점은 큰 특징이 없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제게 거지 옷을 입히면 전 거지 같아 보이고, 왕 옷을 입히면 왕 같아 보여요. 밖에 나가면 사람들도 잘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아요. 저만의 도드라지는 특징이 없다는 게 처음에는 단점으로 느껴졌어요. 뭘 해도 각인이 안 됐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도화지 같은 제 모습이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지죠."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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