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장삐쭈 "드라마 성공에 황홀한 희열감…시즌3 갈 것"
작성일 2023-09-24 09:32:04 | 조회 64
'신병' 장삐쭈 "드라마 성공에 황홀한 희열감…시즌3 갈 것"
민진기 감독 "한국적인 소재 군대, 'K-드라마'의 한 축"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너무 황홀하고 희열감을 느꼈어요. 정말 앞으로 살면서 이런 희열감을 자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정도로요. 제가 크리에이터로 일하면서 가장 큰 스케일의 작품을 성공시킨 거니까요."
ENA 드라마 '신병'의 공동 작가이자 원작 애니메이션 제작자이기도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장삐쭈(본명 장진수)는 최근 작품 종영에 따른 소감을 묻자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장 작가의 말처럼 '신병'은 시즌1보다 시즌2에서 더 큰 성공을 거뒀다. 시즌2 마지막 방송의 시청률은 3.6%로 이전 시즌의 최고치(1.2%)보다 세 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낮은 예산에 신인 배우들을 앞세우고 신생 채널인 ENA에서 방송하는 등 여러 악조건이 있었지만, 군대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다뤄 재미와 공감을 끌어내 호평받았다.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A2Z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장 작가는 "시즌3으로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즌을 거듭해 '폐급'이었던 주인공 박민석이 전역한 이후의 장면을 담아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장 작가는 "애니메이션 '신병'에서 병사들이 전역한 옛 선임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언젠가 후임들이 박민석을 두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그런 장면은 시즌 15쯤 해서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신병' 시리즈는 군 생활을 겪은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장 작가는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속 일화 대부분이 실제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작가는 "시즌1에서 후임을 괴롭혀 타 부대로 전출됐던 강찬석 상병(이정현 분)이 시즌2에서 다시 원래 부대로 돌아오는 것을 두고 '비현실적이라 몰입감을 해친다' '말도 안 된다'는 평가가 있는데, 사실 내가 겪은 실화"라고 털어놨다.
그는 "내 선임이 나를 괴롭혀서 전출됐는데, 꼬박 일주일 동안 행정관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사정한 끝에 부대에 복귀했다"며 "돌아올 때는 괴롭히지 않을 듯 행동하더니 2주 만에 원래대로 돌아가더라"고 회상했다.
장 작가는 "실제 겪은 일인데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너무 많았다"며 "너무 억울해서 실화라는 걸 꼭 밝히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작가는 최근 유튜브에서 얼굴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주변에 놀라움을 안겼다. 2016년부터 유튜브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늘 영상에서 그림으로 된 캐릭터로만 등장해왔다.
그에게 얼굴을 공개한 이유를 묻자 장 작가는 "진짜 이유는 '그냥'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없었다. 공개하고 나면 감정 소모가 있을 것 같아서 공개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7년이 흘렀다"며 "이제는 얼굴을 공개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혼기가 꽉 찬 사람이 결혼하듯이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신병'이 성공한 배경에는 물론 뛰어난 원작의 서사도 있었지만, 군대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민진기 감독의 연출력도 한몫했다다.
민 감독은 2012∼2013년 tvN의 시트콤 '푸른거탑'을 연출해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경험이 있다.
그는 장 작가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푸른거탑'때 시작한 군대 콘텐츠가 '신병'으로 조금 더 심화한 작업이 됐다"며 "좋은 크리에이터들과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종영 소감을 말했다.
민 감독은 특히 "군대는 한국적인 소재"라며 "군대 콘텐츠가 'K-드라마'의 범주에 들어가고, 그 포트폴리오에 '신병'이 자리매김했다고 본다"고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다만 "유격 장면 촬영을 위해 군에 장소를 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전혀 받을 수 없었다"며 "결과적으로는 미군 훈련장 한 곳을 섭외해서 찍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민 감독은 "운동장으로 쓰이지 않던 땅에 비를 뿌려서 촬영하다 보니 진흙탕 위에서 유격훈련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며 "실제 유격훈련은 배수가 잘되는 땅에서 하는데, 결과적으로 군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모습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에서 나온 군대 드라마 가운데 '신병'과 함께 가장 주목받은 것은 넷플릭스의 'D.P.' 시리즈다. 군무이탈 체포조 D.P.(Deserter Pursuit)의 활약과 함께 군의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D.P.'와 '신병'을 비교해달라는 요청에 민 감독은 "군대에서 먹는 음식에 비유하자면 'D.P.'는 '맛다시'(볶음 고추장의 상품명), '신병'은 건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민 감독은 "'D.P.'가 강렬한 맛의 '맛다시'처럼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신병'은 식사도 되고 가루를 내 우유에 말아 먹기도 하고 안에 별사탕도 들어 쓰임새가 더 다양한 건빵과 비슷해 대중성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다른 군대 음식들에 비유할 수 있는 특색 있는 군대 콘텐츠가 더 나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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