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한재이 "모미는 춘애의 거울…그래서 더 지키고팠죠"
작성일 2023-09-06 19:31:13 | 조회 46
'마스크걸' 한재이 "모미는 춘애의 거울…그래서 더 지키고팠죠"
데뷔 12년 차 배우…"앞으로도 해온 그대로, 우직하게"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이승미 인턴기자 = 타고난 끼와 흥이 넘치는 김모미는 어린 시절부터 무대 위에서 가장 빛이 나던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이 좋아 가수가 되기를 꿈꿨으나, 나이를 한 살씩 먹을수록 '귀엽다'는 칭찬은 '못생겼다'는 조롱으로 바뀐다.
동급생들은 그를 무시하고, 자신을 낳아준 엄마마저 "그 얼굴로 가수를 하냐. 꿈 깨라"며 날카로운 말로 그를 할퀸다.
외모 때문에 한없이 초라하고 외롭게 자라온 김모미. 그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은 비슷한 삶을 살아온 춘애(한재이 분) 뿐이다.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속사 앤드마크 본사에서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의 배우 한재이(32)는 "춘애에게 모미는 거울 같은 존재였다"며 "나와 같은 모미를 보면서 춘애는 용기를 얻었고, 나와 같은 사람이라서 모미를 더욱 지키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못생긴' 얼굴로 태어나 비슷한 학창 시절을 보낸 모미와 춘애는 성형수술을 한 후 '예뻐진' 얼굴로 같은 바에서 쇼걸이 된다.
예뻐지고 싶었던 과거, 사람들에게 받았던 상처, 새로 태어나고 싶은 마음까지 살아온 기억이 너무나 닮아있는 둘은 서로 쌍둥이 같다는 동질감을 느낀다.

"춘애는 얼굴만 예뻐진다면 괜찮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죠. 바에서 일하는 동안은 원하던 관심도 받고, 예쁘다는 말도 들어서 행복했을 거예요. 행복이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요."
춘애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현금 인출기' 취급하며 돈을 뜯어 갔던 부용(이준영)을 성인이 돼서 다시 만난다.
과거와 달리 '예뻐진' 춘애는 학창 시절 짝사랑했던 부용과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나 고등학생 때와 달라진 게 없는 부용은 춘애의 집에 얹혀살며 그가 베푸는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급기야 주먹까지 휘두른다.
한재이는 "처음 춘애는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부용에게 다가갔던 것 같다. 그러다 막상 자기 때문에 폐인이 된 것 같은 부용이를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며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 한 춘애는 지나치게 헌신적이고, 책임감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으로 데뷔한 한재이는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호텔 델루나', '멜로가 체질', '너를 닮은 사람' 등에서 조연과 단역을 거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한재이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제 얼굴을 조금이나마 알린 것 같다"며 "'마스크걸'은 제 마스크와 같은 작품"이라고 웃어 보였다.
"지난 11년 동안 주변에서 앞서나가는 배우들을 보며 조급했던 적도 있었죠. '우직하게 내 할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간 주변에서도 알아봐 주시겠지'라는 마음으로 버텼어요. '마스크걸' 후에도 우직하게, 해오던 그대로 해나가고 싶어요."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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