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별 "내내 민낯에 흑칠…그저 연기할 수 있어서 기뻤죠"
넷플릭스 '마스크걸'로 데뷔…"김모미는 희망을 놓지 않는 캐릭터"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저 자신도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내가 필요한 곳,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계속 버텨왔어요."
배우 이한별(31)은 데뷔작 '마스크걸'에서 '심하게 못생긴 여자' 김모미를 연기했다. 다크서클과 잡티를 그대로 드러낸 민낯에 흑칠로 광대를 부각한 분장까지.
망가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처음 서야 한다는 게 신인 여자 배우로서 속상했을 법도 하지만, 29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한별은 "기회 얻었다는 생각에 마냥 기쁘고 신이 났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원작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광대 밑에 분장을 여러 번 덧칠했었다"며 "분장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하실 정도였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보기에도 각설이 같아 보였지만, 촬영 중에는 '화면 속 내가 너무 못 생겨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어요.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는 가끔 보이는 댓글에 속이 상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신인으로서 너무 좋은 시작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한별이 연기한 김모미는 타고난 끼와 흥이 넘쳐 어린 시절부터 무대 위에서 가장 빛이 나던 사람이었다. 가수가 되기를 꿈꿨으나, '못생긴' 사람은 대중의 박수 대신 조롱을 받게 된다는 것을 차차 깨닫는다.
가수의 꿈은 좌절되지만, 김모미는 자신을 위한 무대를 직접 꾸린다. 낮에는 평범한 20대 직장인으로 살다가 밤에는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얼굴을 가린 가면을 쓰고 홀로 방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 BJ가 된다.
이한별은 김모미를 "희망을 놓지 않는 캐릭터"로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그는 "마스크를 쓰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나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행위임에도 김모미는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BJ로 활동한다"고 짚었다.
이어 "회사원으로서 일을 하는 이유도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온전한 내 모습으로도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미의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고, 쉽게 동정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죠. 다만 그런 행동들 사이에서 모미가 놓지 않는 실낱같은 희망이 계속 비쳐 보이기를 바랐어요."
부모에게서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 한 김모미는 자주 외롭고, 꾸준히 사랑을 꿈꾼다.
같은 회사 상사 박기훈(최다니엘) 팀장을 짝사랑하기도 하는데, 이한별은 그를 좋아하는 김모미의 모습이 가장 애정 갔다고 한다.
그는 "김모미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가도, 짝사랑하는 상대가 본인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묘한 자존감이 있다. 이중적인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을 좋아하는 모습에서 미모의 많은 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특히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들이 가장 좋았어요."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이한별은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야 뒤늦게 배우의 꿈을 좇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타인의 입장이 돼보는 경험이 재밌어서 책이나 영화를 자주 찾았지만, 배우는 꿈꾸지 못했었다"며 "대학생이 되고 한창 진로 때문에 방황을 하던 중 연극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다른 진로를 고민할 때는 '내가 평생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계속 막혔는데, 연기가 내 일이 된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게 되더라도 꾸준히 나 자신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이한별은 연기 학원에 등록하고, 학생들의 포트폴리오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았다.
오디션에서 실패를 거듭하자, 캐스팅이라는 과정을 반대 입장에서 이해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영화 제작 학교에 다니기도 했다. 연출부, 제작부 등에서도 스텝으로 일하며 현장에서 무엇이라도 어깨너머로 배우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이런 노력 끝에 이한별은 1천대1의 경쟁률을 뚫고 글로벌 배급 작품의 주연으로 데뷔했다. 작품과 함께 큰 화제를 끌면서 단번에 대중에 얼굴을 알릴 수 있었다.
이한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이렇게 연기하는 배우라는 점을 알릴 수 있어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살면서 영화와 드라마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작품을 보고 나서 기분이 좋을 때도 많았고, 작품을 기다리면서 설렌 적도 많았죠. 그런 작품들 덕분에 버티면서 살 수 있었기에 저 역시 누군가를 기다리게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하면서 배우로서 오래 늙어가고 싶어요."
coup@yna.co.kr
(끝)
넷플릭스 '마스크걸'로 데뷔…"김모미는 희망을 놓지 않는 캐릭터"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저 자신도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내가 필요한 곳,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계속 버텨왔어요."
배우 이한별(31)은 데뷔작 '마스크걸'에서 '심하게 못생긴 여자' 김모미를 연기했다. 다크서클과 잡티를 그대로 드러낸 민낯에 흑칠로 광대를 부각한 분장까지.
망가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처음 서야 한다는 게 신인 여자 배우로서 속상했을 법도 하지만, 29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한별은 "기회 얻었다는 생각에 마냥 기쁘고 신이 났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원작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광대 밑에 분장을 여러 번 덧칠했었다"며 "분장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하실 정도였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보기에도 각설이 같아 보였지만, 촬영 중에는 '화면 속 내가 너무 못 생겨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어요.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는 가끔 보이는 댓글에 속이 상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신인으로서 너무 좋은 시작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한별이 연기한 김모미는 타고난 끼와 흥이 넘쳐 어린 시절부터 무대 위에서 가장 빛이 나던 사람이었다. 가수가 되기를 꿈꿨으나, '못생긴' 사람은 대중의 박수 대신 조롱을 받게 된다는 것을 차차 깨닫는다.
이한별은 김모미를 "희망을 놓지 않는 캐릭터"로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그는 "마스크를 쓰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나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행위임에도 김모미는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BJ로 활동한다"고 짚었다.
이어 "회사원으로서 일을 하는 이유도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온전한 내 모습으로도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미의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고, 쉽게 동정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죠. 다만 그런 행동들 사이에서 모미가 놓지 않는 실낱같은 희망이 계속 비쳐 보이기를 바랐어요."
부모에게서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 한 김모미는 자주 외롭고, 꾸준히 사랑을 꿈꾼다.
같은 회사 상사 박기훈(최다니엘) 팀장을 짝사랑하기도 하는데, 이한별은 그를 좋아하는 김모미의 모습이 가장 애정 갔다고 한다.
그는 "김모미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가도, 짝사랑하는 상대가 본인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묘한 자존감이 있다. 이중적인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을 좋아하는 모습에서 미모의 많은 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특히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들이 가장 좋았어요."
그는 "어릴 적부터 타인의 입장이 돼보는 경험이 재밌어서 책이나 영화를 자주 찾았지만, 배우는 꿈꾸지 못했었다"며 "대학생이 되고 한창 진로 때문에 방황을 하던 중 연극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다른 진로를 고민할 때는 '내가 평생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계속 막혔는데, 연기가 내 일이 된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게 되더라도 꾸준히 나 자신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이한별은 연기 학원에 등록하고, 학생들의 포트폴리오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았다.
오디션에서 실패를 거듭하자, 캐스팅이라는 과정을 반대 입장에서 이해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영화 제작 학교에 다니기도 했다. 연출부, 제작부 등에서도 스텝으로 일하며 현장에서 무엇이라도 어깨너머로 배우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이런 노력 끝에 이한별은 1천대1의 경쟁률을 뚫고 글로벌 배급 작품의 주연으로 데뷔했다. 작품과 함께 큰 화제를 끌면서 단번에 대중에 얼굴을 알릴 수 있었다.
이한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이렇게 연기하는 배우라는 점을 알릴 수 있어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살면서 영화와 드라마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작품을 보고 나서 기분이 좋을 때도 많았고, 작품을 기다리면서 설렌 적도 많았죠. 그런 작품들 덕분에 버티면서 살 수 있었기에 저 역시 누군가를 기다리게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하면서 배우로서 오래 늙어가고 싶어요."
coup@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