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파격 변신 안재홍 "낯선 곳 여행한 기분"
작성일 2023-08-25 16:31:52 | 조회 40
'마스크걸' 파격 변신 안재홍 "낯선 곳 여행한 기분"
주오남 분장만 2시간…"새로운 얼굴 보여준 귀한 기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마스크걸' 주오남을 연기한 건 마치 가보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나중에 더 먼 곳도 여행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깊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낀 작업이었습니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은 여러 배우의 파격적인 변신으로 화제가 됐다. 그 가운데서도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뒤틀린 욕망과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주오남으로 변신한 배우 안재홍이었다.
안재홍은 탈모로 듬성듬성한 머리숱에 피부 트러블로 얼굴 곳곳이 울긋불긋하고 배 나온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김용훈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안재홍을 보고 "이렇게 잘생긴 배우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사실 처음 분장한 내 모습을 보고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드라마 촬영을 위해 체중을 10㎏ 늘리고 두 시간에 걸쳐 분장했다고 한다.
안재홍은 "주오남이란 인물이 굉장히 특이한 만큼 인물을 표현할 때 외양도 생경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감독님께 저의 맨얼굴을 감춰주는 것이 시청자들께 색다른 인상을 줄 수 있겠다고 말했고, 이에 감독님도 공감하셨다"고 설명했다.
안재홍은 못생긴 분장에 만족하지 않고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고 연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집중력을 떨어트리고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김 감독과 제작진이 만류했다고 한다.
안재홍은 "주오남의 눈빛이 왜곡돼 보이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아서 제안했던 것"이라며 "(제작진이 만류해서) 도수 높은 안경을 쓰는 대신 평범한 안경에 로션 바른 손으로 지문을 많이 묻히고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주오남 역할을 맡을지 고민하지 않았는지 묻자 안재홍은 "주오남이 파격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지만, 좋은 연기를 하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지향점을 생각해보면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쉽게 다가오지 않을 귀한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연기자로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귀한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못생긴 외모로 변신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안재홍은 키가 작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괴롭힘에 시달려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비뚤어진 욕망을 키워가는 주오남의 기괴한 행동을 표현했다.
그가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리얼돌(여성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을 향해 일본어로 말을 건네며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모습에선 처연함을 넘어 불쾌하고 음험한 분위기가 흘렀다.
주오남이 오타쿠(특정 분야에 심취한 마니아)처럼 중요한 순간에 일본어를 쓰는 것은 안재홍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안재홍은 "처음 받은 대본에는 일본어 대사가 없었는데, 원작 웹툰(마스크걸)에 주오남이 일본어를 중얼거리는 장면이 있었다"며 "그 장면에서 생경함과 서늘함이 느껴져서 대사에 반영하자고 감독님께 말했고 의견이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안재홍은 또 "주오남은 비뚤어진 깊은 마음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면서 그걸 꼭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인물의 아주 어두운 곳까지 깊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주오남은 가면을 쓴 채 인터넷 방송을 하는 마스크걸의 정체가 같은 회사 직원 김모미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주오남은 김모미에게 호감을 품게 되고, 호감은 집착으로 변질해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마스크걸'이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안재홍의 은퇴작이냐', '안재홍이 이제 멜로 연기를 포기한 거냐'는 등 재치 있는 반응이 나왔다. 얼핏 혹평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크게 망가지는 연기를 훌륭하게 해낸 것에 대한 칭찬이다.
안재홍은 "그런 반응을 모두 봤는데 너무 재밌고 감사하다"며 웃었다. 그는 "그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김정봉이나 영화 '족구왕'의 홍만섭처럼 밝고 유쾌한 인물을 많이 연기해와서 어두운 에너지가 가득한 주오남 역할이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안재홍은 올해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와 드라마 '마스크걸'에 이어 공개를 앞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에도 출연한다. 아직 공개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닭강정'에도 출연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도 파격적인 작품에 다시 도전할 계획인지 묻자 안재홍은 "꼭 파격적인 작품만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자꾸 새로운 역할을 맡고 더 도전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jaeh@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