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기획사들, 국내보다 해외서 더 번다…CD·포토카드 '효자'
작성일 2023-08-21 12:30:23 | 조회 35
K팝 기획사들, 국내보다 해외서 더 번다…CD·포토카드 '효자'
하이브·JYP 등 수출 기업 변모…굿즈와 연계해 IP 가치 상승 전략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K팝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면서 국내 주요 가요 기획사들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업계 1위 하이브가 해외 매출 비중을 60% 중반대까지 끌어 올렸고, JYP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를 앞질렀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해외 매출이 국내와 비슷한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처럼 가요 기획사들이 수출 기업으로 변모한 데에는 CD(음반)와 포토카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 BTS·세븐틴의 힘…하이브 매출 ⅔ 해외서 나왔다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는 곳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뉴진스, 르세라핌 등 내로라하는 K팝 스타를 거느린 1위 가요 기획사 하이브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316억원 가운데 63.3%에 달하는 6천526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회사 매출의 ⅔를 나라 밖에서 거둔 것이다.
국내 매출은 3천787억원으로 36.7%를 차지했다.
해외 매출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가 3천170억원(30.7%)으로 가장 많았고, 북미가 2천872억원(27.8%)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기타 국가는 485억원으로 4.7%였다.
올해 방탄소년단 팀 활동이 군 복무로 멈춰 선 가운데에서도 멤버 지민과 정국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르고, 후배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뉴진스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하는 등 하이브 소속 가수들은 큰 인기를 누렸다. 세븐틴은 미니음반 'FML'을 발매 첫날 400만장 가까이 팔아치우기도 했다.
하이브의 해외 매출 비중은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66.5%, 올해 상반기 63.3% 등 60% 중반대를 기록 중이다.
트와이스와 스트레이 키즈가 속한 또 다른 대형 가요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이 52.2%를 기록해 처음으로 국내를 앞질렀다.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48.6%로 해외 매출 비중이 창사 이래 가장 높았다.
국내 가요 기획사들의 K팝 한류를 타고 어엿한 수출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K팝 음반 수출액은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기준 1억3천293만4천달러(약 1천783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관세청 집계 수출액에는 해외 팬이 한국에서 직접 사가거나, 보따리상 등을 통해 반출된 액수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음반 수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 주요 수출 상품은 CD·포토카드…'몰입 소비' 이끈다
가요 기획사들의 수출 효자 품목은 역시 CD(음반)와 그 매출을 뒷받침하는 포토카드다.
하이브의 올해 상반기 매출 가운데 앨범(음반·음원) 비중은 41.7%에 달했다. 전체 매출에서 앨범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0.0%, 지난해 31.1%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같은 기간 JYP 역시 앨범 매출 비중이 51.3%를 차지했다.
가요계에서는 하이브가 올해 상반기 해외에 판매한 앨범이 2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 음악 시장의 주류가 음반에서 음원 스트리밍으로 넘어갔음에도 이처럼 K팝 팬들의 유별난 'CD 사랑'이 같은 매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음악 시장 분석 업체 루미네이트가 발표한 올해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K팝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에게 '지지를 보여줄' 목적으로 음원이나 음반을 구입하는 경향이 다른 장르 팬보다 67%나 높았다. 또 향후 12개월 내 CD를 구매할 가능성이 46%, LP를 구매할 가능성이 69%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실물 음반 '톱 10' 가운데 무려 7개가 K팝 음반이 차지하기도 했다.
한 대형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음악 시장에서 스트리밍이 대중화됐는데도 실물 음반 소비가 오히려 증가하는 것은 음악을 듣는 일차원적 소비를 넘어 좋아하는 것들을 소장하고 공유하며 더 깊이 콘텐츠 세계관에 몰입하는 MZ 세대의 '디깅'(Digging) 소비 트렌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요 기획사들은 특히 이 '몰입'의 과정에 음반에 삽입된 포토카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좋아하는 가수의 포토카드를 수집·소장하려는 욕구가 음반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이브가 최근 잼버리 폐영식에서 방탄소년단 포토카드 4만3천개를 스카우트 대원에게 제공하자 SNS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포토카드는 비단 아이돌 음악 시장 말고도 미국 프로농구 NBA·프로야구 MLB·프로풋볼 NFL·북미아이스하키리그 NHL 등 유명 스포츠 리그와 '포켓몬스터'·'유희왕' 등 유명 일본 만화에서도 '알짜 굿즈 사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IP(지식재산권)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관련 굿즈와 결합해 매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며 "초상권을 보호하면서 K팝 스타들의 IP 가치를 높일 방안을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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