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도 길다'…K팝 노래 길이 2분 30초까지 더욱 짧아졌다
뉴진스 '슈퍼 샤이'·'ETA' 등…핵심 구간 바로 등장
"소비자 긴 노래 선호 안 해…짧은 노래가 차트 진입에도 유리"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K팝 히트곡 노래 길이가 종래 3분 안팎에서 올여름 2분 30초대까지 짧아지는 모양새다.
16일 가요계에 따르면 올여름 최대 히트곡으로 떠오른 걸그룹 뉴진스의 '슈퍼 샤이'(Super Shy)의 길이는 불과 2분 34초에 불과하다.
'슈퍼 샤이'는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약 12초 들려준 뒤 곧바로 '아임 슈퍼 샤이, 슈퍼 샤이'(I'm super shy, super shy) 하는 노래의 핵심 구간이 바로 등장한다.
뉴진스의 또 다른 두 타이틀곡은 길이가 더 짧다. 'ETA'는 2분 31초고, '쿨 위드 유'(Cool With You)는 2분 27초로 2분 30초가 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뉴진스의 이번 두 번째 미니음반 '겟 업'(Get Up)에 수록된 여섯 곡의 총 러닝 타임은 12분 16초에 불과하다.
가요계에서 노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주요 음악 전달 매체가 CD에서 음원으로 넘어가면서 2010년대 히트곡은 싸이 '강남스타일' 3분 42초, 빅뱅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3분 52초 등으로 3분대 후반이 주를 이뤘다.
음원 무료 미리듣기 1분 안에 노래의 주요 부분을 넣고자 1990년대보다 짧아진 것이다. 지난 2009년 데뷔한 걸그룹 포미닛의 팀명이 '4분 안에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미였던 것은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였다.
그러다 틱톡 등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히트곡 노래 길이가 2분 50초 안팎으로 줄어들더니, 올여름 들어서는 2분 30초까지 30초 정도 더 짧아진 것이다.
뉴진스 말고도 지난 5∼6월 차트 정상을 휩쓴 (여자)아이들의 '퀸카'는 2분 41초였다. 또 르세라핌의 신곡 '주얼리'(Jewelry)가 2분 43초, 전소미의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는 2분 40초에 그치는 등 올여름 인기곡 길이는 2분대 중반에 머문다.
가요 기획사들은 굳이 짧은 노래를 만들려고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요즘 음악 문법'을 따르는 세련된 곡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곡이 짧아졌다는 설명이다.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관계자는 "노래 길이를 생각하고 의도해 짧게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곡의 흐름을 고려해 짧은 게 나은 곡은 짧게 가는 것이고, 긴 게 맞는다면 길게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짧은 곡 길이가 주는 이점은 분명히 있다. 더욱 밀도 있는 퍼포먼스를 TV 음악 프로그램이나 콘서트에서 선보일 수 있는 것도 한 가지 장점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요즘 음악 팬들은 길이가 긴 노래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짧은 노래는) 틱톡 등을 통한 홍보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앞서 드레이크나 미고스 같은 미국 힙합 아티스트들이 차트 성적에 유리하도록 짧은 길이의 노래를 앨범에 많이 넣는 전략을 시도했다"며 "노래 길이가 짧다 보니 스트리밍 반복 청취도 가능하고, 앨범을 통째로 다 들어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스트리밍에 유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노래 길이가 단축되다 보니 확실히 전주가 예전보다 줄어들었고, 노래의 핵심 멜로디가 바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뉴진스의 'ETA'에서 볼 수 있듯 이제는 (시간이 많이 드는) 멜로디 핵심 선율보다는 비트 같은 요소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tsl@yna.co.kr
(끝)
뉴진스 '슈퍼 샤이'·'ETA' 등…핵심 구간 바로 등장
"소비자 긴 노래 선호 안 해…짧은 노래가 차트 진입에도 유리"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K팝 히트곡 노래 길이가 종래 3분 안팎에서 올여름 2분 30초대까지 짧아지는 모양새다.
16일 가요계에 따르면 올여름 최대 히트곡으로 떠오른 걸그룹 뉴진스의 '슈퍼 샤이'(Super Shy)의 길이는 불과 2분 34초에 불과하다.
'슈퍼 샤이'는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약 12초 들려준 뒤 곧바로 '아임 슈퍼 샤이, 슈퍼 샤이'(I'm super shy, super shy) 하는 노래의 핵심 구간이 바로 등장한다.
이 때문에 뉴진스의 이번 두 번째 미니음반 '겟 업'(Get Up)에 수록된 여섯 곡의 총 러닝 타임은 12분 16초에 불과하다.
가요계에서 노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주요 음악 전달 매체가 CD에서 음원으로 넘어가면서 2010년대 히트곡은 싸이 '강남스타일' 3분 42초, 빅뱅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3분 52초 등으로 3분대 후반이 주를 이뤘다.
음원 무료 미리듣기 1분 안에 노래의 주요 부분을 넣고자 1990년대보다 짧아진 것이다. 지난 2009년 데뷔한 걸그룹 포미닛의 팀명이 '4분 안에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미였던 것은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였다.
그러다 틱톡 등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히트곡 노래 길이가 2분 50초 안팎으로 줄어들더니, 올여름 들어서는 2분 30초까지 30초 정도 더 짧아진 것이다.
뉴진스 말고도 지난 5∼6월 차트 정상을 휩쓴 (여자)아이들의 '퀸카'는 2분 41초였다. 또 르세라핌의 신곡 '주얼리'(Jewelry)가 2분 43초, 전소미의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는 2분 40초에 그치는 등 올여름 인기곡 길이는 2분대 중반에 머문다.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관계자는 "노래 길이를 생각하고 의도해 짧게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곡의 흐름을 고려해 짧은 게 나은 곡은 짧게 가는 것이고, 긴 게 맞는다면 길게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짧은 곡 길이가 주는 이점은 분명히 있다. 더욱 밀도 있는 퍼포먼스를 TV 음악 프로그램이나 콘서트에서 선보일 수 있는 것도 한 가지 장점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요즘 음악 팬들은 길이가 긴 노래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짧은 노래는) 틱톡 등을 통한 홍보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앞서 드레이크나 미고스 같은 미국 힙합 아티스트들이 차트 성적에 유리하도록 짧은 길이의 노래를 앨범에 많이 넣는 전략을 시도했다"며 "노래 길이가 짧다 보니 스트리밍 반복 청취도 가능하고, 앨범을 통째로 다 들어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스트리밍에 유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노래 길이가 단축되다 보니 확실히 전주가 예전보다 줄어들었고, 노래의 핵심 멜로디가 바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뉴진스의 'ETA'에서 볼 수 있듯 이제는 (시간이 많이 드는) 멜로디 핵심 선율보다는 비트 같은 요소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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