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이민자 다룬 '성난 사람들', 다양성 덕분에 존재"
이성진 감독, BCWW 콘퍼런스…"봉준호·박찬욱 보고 한국이름 사용"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과거에는 어떻게 하면 미국인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 됩니다. 다양성이 폭넓게 인정되면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달라진 거죠."
미국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의 이성진 감독 겸 작가가 16일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3' 일환으로 여의도 코엑스에서 열린 콘퍼런스를 통해 "'성난 사람들'은 5∼10년 전이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올해 4월 공개 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흥행했다. 미국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8%를 기록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성난 사람들'은 주인공 대니(스티븐 연)가 공공주차장에서 차를 후진하던 중 자신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고 손가락 욕을 하는 다른 차주에게 분노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대니는 자신을 화나게 한 차주가 사업가인 에이미(앨리 웡)라는 사실을 알아내 앙갚음에 나서고,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한 두 사람의 갈등은 점점 극단적으로 치달아간다.
대니와 동생 폴, 친척 아이작 등 여러 한국계 미국인이 드라마의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대니가 한인 교회에 다니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려지고 한국계 인물들 사이에는 한국어 대사를 쓰는 등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이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이 감독은 "대니라는 인물이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먼저 생각하고 그대로 반영했는데, 그 안에 제 삶의 많은 부분이 반영됐다"며 "나도 한인 교회를 다니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때의 모습을 드라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콘텐츠 업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한국계 인사들이 영어 이름을 쓰는 것과 달리 이 감독은 자신의 영어 이름 '써니'가 아닌 한국 이름을 미국에서도 그대로 사용한다.
이 감독은 이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보낸 학창 시절에 출석을 부를 때 (선생님이)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할 때면 부끄러웠고, 그래서 영어 이름을 쓰기 시작해 작가 일을 시작한 뒤에도 상당 기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던 중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이 개봉했고 박찬욱 감독님의 이름도 유명해졌다"며 "미국인들이 '봉준호' '박찬욱'이라는 이름을 발음할 때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나도 '써니'라는 미국 이름 말고 이성진이란 이름에 자부심을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부심을 갖고 일하면 내 한국 이름 발음을 들어도 사람들이 웃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K-콘텐츠와 관련한 국내 업체들이 한곳에 모이는 BCWW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투 브로크 걸스' 시리즈와 '걸보스' '데이브' 등의 미국 드라마 각본을 쓴 이 감독은 콘퍼런스 특별 세션의 패널로 연단에 올라 미국 콘텐츠 업계에서 드라마 작가와 감독으로 성장한 과정을 설명했다.
jaeh@yna.co.kr
(끝)
이성진 감독, BCWW 콘퍼런스…"봉준호·박찬욱 보고 한국이름 사용"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과거에는 어떻게 하면 미국인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 됩니다. 다양성이 폭넓게 인정되면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달라진 거죠."
미국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의 이성진 감독 겸 작가가 16일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3' 일환으로 여의도 코엑스에서 열린 콘퍼런스를 통해 "'성난 사람들'은 5∼10년 전이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올해 4월 공개 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흥행했다. 미국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8%를 기록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대니와 동생 폴, 친척 아이작 등 여러 한국계 미국인이 드라마의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대니가 한인 교회에 다니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려지고 한국계 인물들 사이에는 한국어 대사를 쓰는 등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이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이 감독은 "대니라는 인물이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먼저 생각하고 그대로 반영했는데, 그 안에 제 삶의 많은 부분이 반영됐다"며 "나도 한인 교회를 다니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때의 모습을 드라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콘텐츠 업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한국계 인사들이 영어 이름을 쓰는 것과 달리 이 감독은 자신의 영어 이름 '써니'가 아닌 한국 이름을 미국에서도 그대로 사용한다.
이 감독은 이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보낸 학창 시절에 출석을 부를 때 (선생님이)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할 때면 부끄러웠고, 그래서 영어 이름을 쓰기 시작해 작가 일을 시작한 뒤에도 상당 기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나도 '써니'라는 미국 이름 말고 이성진이란 이름에 자부심을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부심을 갖고 일하면 내 한국 이름 발음을 들어도 사람들이 웃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K-콘텐츠와 관련한 국내 업체들이 한곳에 모이는 BCWW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투 브로크 걸스' 시리즈와 '걸보스' '데이브' 등의 미국 드라마 각본을 쓴 이 감독은 콘퍼런스 특별 세션의 패널로 연단에 올라 미국 콘텐츠 업계에서 드라마 작가와 감독으로 성장한 과정을 설명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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