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미술의 만남…남무성 "음악의 측면을 그렸죠"
작성일 2023-07-29 12:03:21 | 조회 78
재즈와 미술의 만남…남무성 "음악의 측면을 그렸죠"
재즈 평론가 남무성, 첫 미술 전시회…루이 암스트롱·김준 등 거장 그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마일스 데이비스, 루이 암스트롱, B.B 킹, 김준, 이정식, 웅산…. 국적을 아우르는 내로라하는 재즈 뮤지션의 개성 있는 얼굴이 갤러리 복도를 채웠다.
표정도, 시대도 모두 다르지만 각각의 얼굴에는 그들만의 음악 색깔이 묻어나오는 듯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BGN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재즈 평론가 남무성의 첫 전시회 '이매진 오브 뮤직'(Imagine Of Music) 속 작품들이다.
이 전시는 남무성이 노상현 사진작가와 안종우 현대미술가와 함께 재즈와 록을 모티브로 삼아 만화, 일러스트, 사진,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자리다.
남무성은 한국의 대표 재즈 평론가로 음악 만화 '재즈 잇 업'과 '페인트 잇 록'을 직접 그리고 쓰는 등 이전부터 그림 실력을 뽐내왔다. 본업은 만화가가 아니지만 재즈잡지의 편집장을 하면서 좀 더 쉽게 재즈를 전하고자 만화를 그리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간 책으로 그려왔던 재즈 역사상 굵직한 족적을 남긴 뮤지션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선보였다.
남무성은 지난 28일 전시회 오프닝 파티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음악은 보거나 만질 수 없는 형태가 없는 예술이지만 한편으로는 만화경(萬華鏡) 같다"고 말했다.

음악의 다양한 측면을 들여다보다 보면 '청각을 통한 감상' 이상의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LP(레코드판) 모으는 게 취미여서 앨범 이미지를 늘 들여다봤다. 앨범 속 뮤지션들의 이미지를 계속 보다 보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들의 성격까지 알 것 같더라"라며 "몽크는 어떨 것 같고, 마일스는 어떨 것 같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악에 정면이 있다면 그것은 사운드 자체일 것이고, 측면이 있다면 뮤지션들일 것이다. 뒤편이 있다면 음악이 남기는 감동이라 할 수 있겠다"라며 "나는 이번에 (뮤지션의 얼굴 작품으로) 음악의 측면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남무성은 음악, 특히 재즈는 자유로운 예술이라는 점과 듣는 이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어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재즈가 선사하는 상상력은 미술 활동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그는 "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하다 보면 '팬심'이 생겨서 이들의 성격까지 알 것 같다고 하지 않느냐"며 "내가 그림에서 표현한 사람들의 말투와 생각이 내 생각과 같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또 "음악을 들을 때 늘 연주 모습을 상상하고, 이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을 상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 노상현 사진작가는 한국 재즈 1세대인 원로 봉고 연주자 류복성을 포착한 작품 등으로 마치 '즉흥 연주' 같은 신선한 시선을 펼쳐냈다. 안종우 현대미술가는 통조림과 소스병 같은 일상 정물을 소재로 삼아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날 오프닝 파티에는 김준, 이정식, 웅산 등 한국 재즈계 유명 인사들이 방문했다. 또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보컬상을 받은 마리아킴이 축하 공연을 펼쳤다. 전시는 다음 달 15일까지 열린다.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이지만, 그런 만큼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힘을 줘요. 음악은 우리 가슴 깊게 '훅' 들어와 깊은 감동을 만들기도 하죠."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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